코숨은 코 질환에 한약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수술 후 숨이 제대로 쉬어진다는 것 / 이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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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숨이 제대로 쉬어진다는 것.​​​​


블로그의 빈코증후군에 대한 글 밑에 어느 분이 질문을 달아 놓았다. 수술을 했는데 빈코증후군인 것 같은데, 코숨치료로 치료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분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환자는 50살이 넘은 남자 분이었다.

 
이런 경우 나의 질문의 초점은 수술 후에 한 두 달만이라도 전혀 불편함이 없이 편한 적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수술 후 잠시라도 편했다면 수술후유증이 
거의 없는 경우라고 본다. 그리고 수술 후 얼마 만에 다시 코가 막혔는가 하는 것이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가 다시 막혔다면 매우 다행스런 경우라고 
볼 정도로 코숨 치료에 있어서의 예후짐작에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그분의 대답은 수술 전이나 수술 후나 코가 편하다고 느낀 적이 평생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코막힘이 심해 하비갑개 절제술과 비중격만곡증 교정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에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 일뿐 아니라 오히려 코가 너무 뚫려서 코가 다시 막혔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머리가 얼마나 아프냐고 물었다. 이분은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항상 멍한 상태라고 했다. 멍하고 답답하고 제정신으로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대답을 준다.

 
이런 경우 코숨의 치료로 치료가 가능할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10년 전 수술한 이후 코는 항상 답답한데 정작 코가 
막히는 경우가 한 번도 없단다. 감기에 걸려도 작게는 바람이 통할 정도로 꽉 막히지는 않는 상태라고 하는 것이었다. 전화로 표시는 내지 않았지만 정말 수술로 
빈코증후군을 확실하게 만들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일상생활 중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면 조금 도움이 될거라고 말했더니, 이미 낮에도 마스크를 쓰고 살고 있다고 한다. 코가 너무 뚫려 있어서 오히려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도 이 세상 어떤 치료를 받아도 자기의 상태가 정말 다 좋아질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겠는가 
하는 간절한 질문을 묻고 또 묻는다. 나는 하비갑개가 많이 절제되기는 했지만 상비도 중비도의 부기를 가라앉혀주는 침 치료로 조금이라도 그곳으로 공기가 
지나가게 되면 지금보다는 머리가 맑아질 수 있을 거라고 대답을 하기는 했다.

 
빈코증후군 환자를 만나고 수술을 여러 번 해온 환자들을 통해 코의 구조에 대한 이해기 깊어지면서 비염과 축농증 수술은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강안의 분비선조직은 풍선처럼 잘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감기에 걸려보면 콧구멍이 꽉 막혀서 도대체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가 될 정도로 
팽창하고, 수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수술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다시 꽉 막히는 사람도 있다. 분비선조직은 10배에서 200배로 
부풀어 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수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코가 막혔기 때문에 한의원을 찾아오는 사람들뿐이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효과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내가 만날 수가 없다. 수술을 하고 나서 다시는 코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술을 한번 했던 사람도 다시 코막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두 번 했던 사람도 다시 코막힘으로 한의원을 찾는다.

 
45세의 수원에서 고흥까지 치료받으러 오는 남자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미 축농증 수술을 네 번을 했단다. 이분의 경우도 네 번의 수술로 비강이 넓어질 만큼 
넓은 상태였기 때문에 감기가 걸린다고 해도 누런코는 줄줄 흐를지언정 코는 막힐 수 없는 상태였다. 평상시는 오히려 코로 바람이 항상 많이 들어와 목구멍까지 
시리게 느껴져서 불편하다고 했다. 6개월 이상 줄을 만큼 아픈 두통 때문에 다시 진행된 정밀 검사의 결과로 전두동과 접형동에 농이 꽉 차 있어서 수술밖에는 
답이 없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다섯 번째 수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수술이 또 기다리고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들었단다. 
(깨달음이라는 표현에 놀랐다.)

 
비갑개를 절제하든지 위축시키는 수술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후유증이 없으려면 수술한 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해야 한다. 
수술 후 4개월 후에 다시 코가 원래대로 막혔다면 좋은 일이다. 수술 후 두 달 뒤에 다시 원래대로 막혔다면 더 좋은 일이다. 수술 후 한 달 후에 다시 코가 막혔다면 
더 더 좋은 일이다. 수술 후 다시 막히는 것이 빠를수록 좋다고 하는 이유는 비갑개의 손실이 적은 경우라고 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 상담을 했던 
환자의 10년 전 수술 이후 코막힘이 없다는 것을 매우 심각한 경우라고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하비갑개의 분비선 기능층을 너무나 많이 잘라내었기 
때문에 부풀어 오를 수 있는 점막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얼마나 절제를 했으면 감기에 걸려도 공기는 통한다고 할 정도인지.

 
그런데 수술 후 얼마 후에 코가 다시 잘 막혔다고 해도 안심할 문제는 아닌 것이 남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코막힘이 정말 심했던 사람도 조금씩 코막힘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분비선조직이 노화되면서 위축이 되기 때문이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구취가 심해지는 이유는 
코가 막혀서가 아니라 비강이 건조해지기 때문인 것이다. 수술로 이미 분비선 기능층을 절제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일찍 비강의 건조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비강의 건조감도 코막힘 못지않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임을 볼 때, 비강의 분비선조직이 비후해져서 생기는 코막힘의 치료로 비갑개를 잘라내거나 위축시키는 
치료는 세월이 흐른 후에 나타나는 잠재적인 후유증의 부담까지 안고 있는 치료라고 본다.


 
수술 후 숨이 제대로 쉬어진다는 것은 코막힘이 없어진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코로 숨이 제대로 쉬어진다는 것은 콧속의 비강과 부비동의 모든 골목길로 
공기가 다 지나다녀야 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치료는 침 치료 밖에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