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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받을 때마다 코막힘이 더 심해져요
53세의 남자분이 심한 코막힘으로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이 기골이 장대하지만 이런 분도 코막힘으로 숨을 잘 쉬지 못하게 되면 할 수 없이 코침을 맞으며 눈물을 흘려야 한다. 매번 침을
맞을 때마다 남자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다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닦는다.
다섯 번째 코숨치료를 받고 여섯 번째 치료를 오셔서는 그동안 설마 설마 하면서 참아 왔던 진실을 이야기 했다. “어제 밤에도 코가 막혀서 할 수 없이 스프레이를
뿌리고 잤습니다. 치료를 받을 때마다 코막힘이 점점 심해집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셔요?” “3일전 치료한 날 밤에 코가 조금 막히고. 그제 밤에는 조금 더 막히고. 어제 밤에는 꽉 막혀서 할 수 없이 스프레이를 사용했습니다.”
이 환자분은 코막힘이 너무 심해서 이미 5년 전 비중격만곡증 수술, 3년 전 비염 레이저 수술등 두 번의 수술 경력이 있었다. 수술 후 시원하기는 했지만 과로와
잦은 술자리 때문에 수술 이후에도 코막힘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1년 전부터는 밤에 코막힘이 있을 때마다 스프레이를 사용해오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주 후에 코가 꽉 막혀서는 스프레이를 사용해도 그전처럼 시원하게 뚫리지 않아서 코숨한의원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
비강스프레이를 사용하게 되면 정말 감쪽같이 코의 불편함이 해결된다. 잠깐의 코막힘이라면 스프레이만큼 간단하고 확실하게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급할 때 몇 번씩은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고, 봄철 잠깐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을 때, 며칠간의 사용으로 그 시기를 넘길 수 있으면 이보다 더 간단한
처치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의원까지 찾아오는 분들을 통해 알게 된 비강스프레이 효과 이후의 다른 면은 그렇지 않았다.
비강에 스프레이를 뿌렸을 때 비점막이 수축하여 부어서 막혀 있던 비강이 넓어지게 된다. 그러나 효과의 지속시간은 12시간 정도이며, 시간이 지나게 되면 다시
코막힘이 생기게 된다.
비강스프레이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환자들의 비강을 사혈할 때 확인되는 점은 비점막이 딱딱하다고 느끼면서 치료를 하게 된다. 보통의 경우 비점막은 아주
부드럽고 폭신폭신하여 침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피가 톡톡 터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강 스프레이를 오래 사용한 환자들의 비점막은 조직이 치밀해져서
침으로 건드려보면 질긴 감각이 느껴진다. 색깔도 정상적인 색은 잇몸색 같은 선분홍색이라고 하면, 스프레이를 오래 사용해온 점막의 색은 희끄므레 핏기가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치밀해져 있기 때문에 사혈이 잘 안되어서 찔러도 출혈이 잘 되지 않는다. 질겨진 비점막이 보통사람들처럼 보들보들해지려면 훨씬 더
많은 치료횟수가 필요해진다. 내원 횟수가 진행될수록 비점막의 색이 돌아오고 부드러워지게 되면서 점점 비점막이 건강해지게 되는데, 비강스프레이를 사용한
기간만큼 치료횟수가 많아지게 되는 것 같다.
이 환자에게 스프레이 사용으로 편하게 지내온 1년만큼의 댓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치료하고 간 날은 조금 편하다가 다음날 더 막히고 그 다음날
더 막혔다고 하지만 그것은 침 치료로 코막힘이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침 치료로 코막힘이 덜한 시간이 아직은 하루를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환자분에게 이렇게 말했다.
“코숨 치료 전 스프레이를 뿌려도 시원하지 않았었는데, 5회 치료 후 지금 스프레이를 뿌리면 그전보다 훨씬 비강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으셔요?
비강사혈로 지금은 그 정도 효과를 보신 겁니다. 지금 스프레이로 코막힘이 해결되지 않아서 저한테 오셨고, 효과가 없는듯해도 또 수술을 하실 수는 없잖아요.
고비를 넘기시고 계속 치료받으시면 됩니다.”
환자는 삼일에 한 번씩 치료하러 오면서 이제나 코가 뚫릴까 저제나 뚫릴까 기대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치료를 받으면서 3주가 지나도 코막힘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듯하니 치료받을수록 코막힘이 심해진다고 불만을 말씀하신 것이었다. “치료시작하면서 20일간 지금까지 술도 안먹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하신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멈추고 치료를 받는 중인 것이다. 코가 막히니까 말이다.
어떤 환자 분이 생각났다. 대장암 말기를 극복하시고 다시 태어나신 55세의 여자 분이 대구에서 코막힘을 치료하고자 뛰어 오셨다.
“원장님요, 암도 죽을 병이지만요, 코가 막히니깐 당장 죽을 것 같습니더. 숨을 쉴 수 있어야 죽던지 살던지 할낀데, 코가 막히니깐 이건 당장 죽습니더.”
스프레이의 사용후유증으로 심각했던 7살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목포에서 고흥까지 치료를 받으러온 남자 아이었는데, 새벽 두 세시만 되면 코가 막혀서
잠을 자다가 깨서 운다는 것이다. 그러기를 일 년째,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도 코막힘이 없어보인다고 했고, 수술을 할 정도로 심한 상태는 절대로
아니라고 했단다. 그런데 아이는 밤마다 잠을 깨서 울고 또 울고 울다가 지쳐서 잠을 잔다고 했다. 엄마는 어찌 할 수 없어서 아이를 붙들고 같이 운다고 했다.
그렇기에 코 안에 침을 맞는 것을 일곱 살 난 아이가 참으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번씩 7번을 맞아도 매일 밤마다 잠을 깨서 우는 것은
여전하다고 했다. 나는 다시 자세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의 양쪽 코는 콧바람이 숭숭 통할정도로 넓었다. 코 어느 부분이 답답하냐고 자세히 묻고
또 물었을 때 아이는 왼쪽 코만 막힌다고 했고, 콧바람이 숭숭 통하는 것이 확인되는 이 순간에도 왼쪽 코 안쪽이 막혀있어서 답답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부모가 유학중에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세 살때부터 생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서 이비인후과를 찾았을 때, 사용에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의사의 말과 함께 처방받은 비강스프레이를 그때부터 일 년 정도 사용했었단다.
밤 마다의 비강 스프레이 사용으로 그럭저럭 다른 치료 없이 잘 지내오다가 귀국을 하게 되었고 그 후 다행스럽게도 알레르기가 없어져서 잘 지내오던 중,
몇 번의 감기 후에 감기는 나았는데, 1년 전 어느 날부터 코막힘으로 잠을 깨면 더 자지러질 정도로 답답해하면서 울고 또 운다는 것이었다.
그 후 1년간 이비인후과의원 대학병원 한의원등 많은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이 증상이 그간의 경험으로 비점막 어혈증상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이 아이의 경우는 비강스프레이로 인한 후유증임을 설명할 수 있었다.
비강스프레이를 사용함으로 비점막이 치밀해져서 멍든 것처럼 질감을 형성하게 되었고, 아이는 이 질감이 매 순간 답답함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고,
밤에 코막힘이 조금 생기면 이 느낌이 심해져서 숨이 안 쉬어지는 것처럼 답답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치료는 답답한 그 부분에
침을 놓아서 어혈을 풀어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행스럽게도 7살 아이도 이해를 했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몇 번의 치료를 더 한 후에 답답하게 느끼는 증상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비강 스프레이를 오래 사용했던 환자들의 공통점은 비강사혈의 효과가 더디다는 것이다. 치료받을 때마다 코막힘이 심해진다며 눈물을 흘리던 그 환자 분도
30회정도의 치료로 답답함이 없어졌고, 나중엔 코가 편해지면서 노래를 부르며 치료를 받았었다. '나를 울리는 땡벌'이란 노래를.
보들보들한 하비갑개가 치밀하게 딱딱해질 정도로 스프레이를 장기간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고, 또한 모든 사람에게 그런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고, 효과를 짭짤하게 보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비강스프레이의 사용이 환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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